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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배우면 사람이 보입니다

글쓴이 : 신시내티 한인 … 날짜 : 2016-01-20 (수) 09:00 조회 : 1022

사람을 배우면 사람이 보입니다


옛말에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속은 알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부부가 평생을 살아도 상대를 온전히 알 수 없듯이 사람이란 간단치 않은 존재입니다. 저에게도 지나 온 목회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목회적인 일이 힘들기 보다는 사람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이야 쉽든 어렵든 꾹 참고 하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잘못 얽히고설키면 맺힌 것을 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목회만 그렇겠습니까? 인생 자체가 알 길 없는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삶이란 사람과의 뒤엉킴이고 사람과의 씨름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삶이란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과 더불어 인생의 산을 올라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에 대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체념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얼굴을 맞대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고통은 가중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은 모두 다르다!" 라는 상식적인 진리가 제 가슴을 파고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돌본다는 목양의 기간 동안, 제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사람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과 그런데도 사람에 대해서 배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생활이야말로 사람 공부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에 대해서 공부해야 할 목사가 사람에 대해서 공부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성경이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공부에 관한 교과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공부의 대상은 만나는 사람만이 아니라, 성경이나 역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을 나름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느껴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처한 절박한 심정이 되어보기도 했고 그가 살았던 시대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빠져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신앙생활이란 하나님을 알고 사람을 아는 것이고, 복음도 결국 사람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이고, 성경공부나 양육도 사람이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이고, 교회의 핵심인 선교도 결국 여기 사람이 그곳 사람을 만나 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교회생활 역시 함께 더불어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교회는 가장 탁월한 교육기관입니다. 저에게 있어 목회와 양육과 선교는 사람에 대해 배우는 진지함과 자유함 그 자체입니다. 구역 식구들과 교우들, 선교사님들, 지역사회와 미국 그리고 세계를 섬기면서 사람 관계는 더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의 특권이요, 축복입니다. 이제는 이유도 모르는 인간관계에 얽히고 거기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것은 체력낭비요 영력 낭비요, 아쉬움과 미련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운다는 것은 자기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동시에 자기가 고집했던 가치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사명이요, 나아갈 길인 것입니다.